00. 빛과 적외선 — 카메라가 무엇을 보는가
운전석에 카메라가 하나 달려 있다고 하자. 깜깜한 밤인데도 그 카메라는 운전자의 눈이 감기는지, 고개가 끄덕이는지를 또렷이 본다. 사람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카메라에는 보인다. 어떻게 가능할까. 답은 "적외선(infrared)"이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것 같지만, 사실 그 한마디 안에 전혀 다른 두 가지 원리가 섞여 있다. 이 책은 그 두 원리를 갈라내고, 그중 운전자 모니터링·얼굴인증·홍채인식이 쓰는 쪽을 끝까지 파고든다. 시작은 빛 자체다.
빛은 파장으로 줄지어 있다
우리가 "빛"이라 부르는 것은 전자기파의 한 토막이다. 전자기파는 파장(wavelength, 파동 한 마디의 길이)에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. 파장이 짧은 쪽에는 자외선·X선이, 긴 쪽에는 적외선·전파가 있다. 사람 눈이 볼 수 있는 구간은 그 가운데 아주 좁은 띠다. 대략 0.4μm(보라)에서 0.7μm(빨강)까지다. 1μm는 100만 분의 1미터다.
가시광의 빨강(0.7μm) 바로 너머, 더 긴 파장 쪽이 적외선(IR)이다. "적외(赤外)"라는 이름 자체가 "빨강 바깥"이라는 뜻이다. 적외선은 단일한 대역이 아니라, 파장에 따라 다시 여러 밴드로 나뉜다. 밴드마다 빛을 만드는 방식도, 그 빛을 잡는 센서도, 쓰임새도 다르다. 그래서 "적외선 카메라"라는 한 단어가 전혀 다른 장치들을 가리키게 된다.
| 밴드 | 약어 | 파장 범위(근사) | 대표 센서 | 결상 방식 |
|---|---|---|---|---|
| 가시 | VIS | 0.38–0.75μm | 실리콘(컬러) | 반사 |
| 근적외 | NIR(근적외) | 0.75–1.0μm | 실리콘 | 반사 |
| 단파장 적외 | SWIR | 1.0–2.5μm | InGaAs | 반사 |
| 중파장 적외 | MWIR | 3–5μm | InSb, HgCdTe | 방사(열) |
| 장파장 적외 | LWIR | 8–14μm | 마이크로볼로미터 | 방사(열) |
이 책이 집중하는 곳은 둘째 줄, 근적외선이다. DMS(운전자 모니터링)·얼굴인증·홍채인식·야간감시가 모두 이 NIR을 쓴다. 그중에서도 940nm(0.94μm)가 사실상의 표준인데, 왜 하필 940nm인지가 이 책의 중심 질문이다.
표의 마지막 두 열을 눈여겨보자. 위쪽 밴드(VIS·NIR·SWIR)는 빛을 "반사"해서 본다고 적혀 있고, 아래쪽(MWIR·LWIR)은 "방사(열)"라고 적혀 있다. 이 한 칸의 차이가 적외선 카메라를 둘로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갈림길이다. 뒤에서 이 갈림길을 물리로 따져 본다.
NIR의 상한은 출처마다 다르다. 실리콘으로 결상하는 관점에서는 ~1.0μm를 경계로 본다. 광생물학적 안전(눈 위험)을 다루는 문헌은 ~1.4μm까지를 NIR로 잡는다. 이 책은 카메라·센서를 다루므로 0.75~1.0μm를 NIR의 기본 경계로 쓰고, 눈 안전을 다루는 04b장에서만 ~1.4μm 정의를 따로 언급한다.
광자 한 알의 에너지는 파장이 정한다
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알갱이다. 그 알갱이를 광자(photon)라 부른다. 광자 하나가 지닌 에너지는 그 빛의 파장으로 완전히 정해진다. 관계식은 다음과 같다.
E = h·c / λ
h = 6.626×10⁻³⁴ J·s (플랑크 상수)
c = 2.998×10⁸ m/s (광속)
λ = 파장
이 식을 매번 상수까지 넣어 풀기는 번거롭다. 그래서 실무에서는 hc ≈ 1240 eV·nm(정확히는 1239.84 eV·nm)라는 외우기 쉬운 형태를 쓴다. 그러면 파장을 나노미터로 넣어 곧장 에너지를 전자볼트(eV)로 얻는다.
E[eV] = 1240 / λ[nm]
940nm 광자의 에너지를 직접 구해 보자. 상수를 그대로 넣어도 되고, 간편식으로 풀어도 같은 답이 나온다.
E = (6.626×10⁻³⁴ × 2.998×10⁸) / (940×10⁻⁹)
= 1.986×10⁻²⁵ / 9.40×10⁻⁷
= 2.113×10⁻¹⁹ J
= 2.113×10⁻¹⁹ / 1.602×10⁻¹⁹ eV
= 1.319 eV
간편식: E = 1240 / 940 = 1.319 eV (같은 답)
여기서 챙길 직관은 하나다. 파장이 길수록 광자 에너지가 작다. 몇 개를 나란히 두면 이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.
| 파장 λ | 광자 에너지 E | 대역 / 의미 |
|---|---|---|
| 400nm | 3.100 eV | 가시 보라 |
| 700nm | 1.771 eV | 가시 빨강 (NIR 경계) |
| 850nm | 1.459 eV | NIR (글로우 보임) |
| 940nm | 1.319 eV | NIR (DMS 표준) |
| 1100nm | 1.127 eV | NIR 끝 / 실리콘 컷오프 근처 |
| 9700nm | 0.128 eV | LWIR (상온 흑체 피크 — 열) |
이 "에너지가 점점 작아진다"는 흐름은 앞으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설명한다. 하나는 실리콘 센서가 왜 긴 파장을 잘 못 잡는가다(02a장). 다른 하나는 상온 물체가 내는 열(파장 ~9.7μm, 에너지 0.128 eV)과 940nm 빛(1.319 eV)이 왜 전혀 다른 세계인가다(01장). 표의 맨 윗줄과 맨 아랫줄을 비교해 보라. 940nm 광자는 상온 열복사 광자보다 10배 넘게 에너지가 크다. 같은 "적외선"이라는 단어로 묶이지만, 물리적으로는 거리가 멀다.
"IR 카메라"는 사실 두 종류다
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를 미리 짚어 둔다. "적외선 카메라 = 열화상 카메라"라는 생각이다. 이건 절반만 맞다. 적외선을 보는 카메라에는 작동 원리가 완전히 다른 두 갈래가 있다.
첫째는 NIR 카메라다. 실리콘 센서가 0.75~1.0μm의 근적외선을 받아 상을 만든다. 단, 이 빛은 물체가 스스로 낸 빛이 아니라 외부 광원(햇빛이나 IR LED)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빛이다. 그래서 NIR 카메라는 가시광 카메라와 광학·센서 원리가 같다. 야간의 흑백 사진기라고 봐도 좋다. DMS·얼굴인증이 쓰는 것이 바로 이 NIR 카메라다.
둘째는 thermal(열화상) 카메라, 정확히는 LWIR 카메라다. 8~14μm의 장파장 적외선을 받는다. 이 빛은 외부에서 비춘 게 아니라 물체가 자기 온도 때문에 스스로 내뿜은 열복사다. 그래서 광원이 전혀 필요 없고, 완전한 암흑에서도 따뜻한 물체를 본다. 검출기도 실리콘이 아니라 마이크로볼로미터라는 전혀 다른 부품이다.
위: A는 NIR 카메라(반사 결상) — 외부 광원의 빛이 얼굴에 반사돼 실리콘 센서에 들어온다. B는 thermal 카메라(방사 결상) — 물체가 스스로 낸 열이 마이크로볼로미터에 들어온다.
이 책은 A쪽, NIR 반사 카메라를 끝까지 따라간다. B쪽 thermal은 "왜 NIR과 다른가"를 설명할 때만 대조군으로 잠깐 등장한다. 다음 장에서 이 둘의 갈림길을 흑체복사 물리로 못 박는다. "940nm 카메라가 열을 본다"는 말이 왜 틀렸는지, 수치로 보일 것이다.
이 책이 약속하는 표기
본문에서 영어 용어가 처음 나올 때 괄호로 한글 한 마디를 붙인다. 한 번 붙이면 그다음부터는 안 붙인다. 자주 나오는 약속 몇 가지를 미리 정리해 둔다.
- NIR(근적외) — 0.75~1.0μm. 실리콘으로 반사광을 보는 대역. 이 책의 주인공.
- 반사 결상 vs 방사 결상 — 외부 광원의 반사를 보는가(NIR), 물체 자신의 열을 보는가(thermal).
- QE(양자효율) — 센서에 닿은 광자 중 몇 %를 전기 신호로 잡아내는가. 02a장에서 자세히.
- irradiance(복사조도, W/m²) — 단위 면적에 도달하는 빛의 세기. 신호 밝기와 눈 안전을 동시에 좌우한다. 04a장에서.
- band-pass(대역통과) — 특정 파장대만 통과시키는 필터. 05장에서.
용어가 헷갈리면 권말 GLOSSARY에서 짧게 다시 확인할 수 있다. 각 항목은 자세히 설명한 절로 링크를 건다.